롯데시네마 노른자위 컨세션 사업 거머쥔 "서미경"

최근 롯데쇼핑(주)가 업계는 물론 세무당국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핵심은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 롯데시네마의 수익과 관련한 의혹. 예컨대 컨세션 사업(매점관리-팝콘, 음료 등 판매) 매출이 별도의 특수관계인 법인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주요 골자다. 사실 업계에서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부분으로 꼽는 것은 단연 컨세션 사업. ‘관람료 수익보다 훨씬 높다’는 게 그 이유다.

문제는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 매출 대부분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로열 패밀리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 실제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이 최대주주인 ‘(주)시네마통상’과 실체가 외부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주)유원실업’이라는 두 회사에 집중되고 있다.

시네마통상의 경우 지난 봄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실체를 외부에 공개했다. 하지만 유원실업의 경우 회사 이름이 최근 외부로 공개된 이후에도 여전히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 그렇다면 유원실업은 어떤 회사일까. <주간현대>의 단독취재 결과 신격호 회장과 연관된 밀접한 속사정이 드러났다.

유원실업…서미경 모녀 지분 완전 장악
롯데시네마 매장 매점 직접 운영, 매출 급속 신장


현재 업계와 세무당국에서 초미의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인 롯데시네마(34개관)의 컨세션 사업 매출 부분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상장사인 롯데쇼핑이 내부 조직인 시네마사업본부의 수익 사업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매점 운영을 신영자 부사장이 세운 별도 개인회사와 유원실업 등에 맡긴 것은 결과적으로 롯데쇼핑 다수 주주들의 이익에 배치되는 부분이란 게 논란의 핵심이다.  

최근 참여연대가 폭로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됐던 재벌기업들의 ‘회사기회의 편취’ 문제와도 일부분 부합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매점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원실업의 경우 별도법인이면서 그 실체가 공개되지 않았고, 매점 사업의 특성상 수익의 대부분이 현금거래라는 점에서 세무신고 부분도 명확히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우선 시네마통상(대표 고창범·전 롯데칠성, 롯데전자 출신)의 경우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신영자 부사장이 28.3%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다. 이 밖에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서스식품 회장이 9.4%, 장혜선 7.6%, 장선윤 5.7%, 장정안 5.7% 등이다. 장혜선과 선윤·정안은 신영자 부사장의 딸들이다.

시네마통상은 지난 6월 롯데제과의 계열회사로 편입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시네마통상에 대해 논란이 불거질 조짐이 있어 롯데제과 계열사로 추가했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시네마통상은 현재 롯데시네마 전국 34개관 중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상당수 매점 운영을 맡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멀티플렉스 영화관 매점 운영 사업을 업계 등에 확인취재 한 결과 통상 관람객 1인/회 당 평균 1천∼1천2백원 사이의 매출을 올리는 전형적인 현금장사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관람료 수익이 업계 평균 1인/회 당 1천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놓고 보면 영화관 수익에 있어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업계 다른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롯데시네마를 비교해 보면 극명한 차이가 있다. CJ CGV나 메가박스씨네플렉스 등은 매점 수입을 동일법인의 매출로 잡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CJ CGV(40개관 3백여개 스크린)의 경우 매점, 스크린 광고, 위탁수수료, 게임센터 매출 등을 ‘기타매출’로 포함시키고 있고, 업계 3위인 상장사 메가박스씨네플렉스(17개관 1백40여개 스크린)도 ‘상품매출’로 잡혀 있다.

CGV나 메가박스씨네플렉스 모두 지난해 각각 수백억원대 기타매출과 상품매출을 올렸다. 시네마통상이나 유원실업의 매출 역시 적게 잡아도 수십억원을 넘어선다는 계산이 가능해 지는 대목이다.

롯데쇼핑 롯데시네마는 2010년까지 80개 영화관에 6백50개 스크린을 확보해 업계 1위인 CJ CGV를 제친다는 의욕적인 계획을 지난 8월 밝힌 바 있어 매점 운영 사업 수입도 급성장이 예상된다.

롯데 측은 임대료 수입 등을 받고 있고 외주를 통해 전문화를 꾀한다는 의도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수익 규모가 적지 않은 괜찮은 사업을, 그것도 일반적인 외주라고 보기 어려운 오너 일가의 연관성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기자가 확인한 결과 지방에선 롯데시네마가 직접 매점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업계 일각에서 꼬집는 ‘굳이 외주에 의존할 필요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설득력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서氏 모녀 최대주주 등극

그러면 신영자 부사장의 시네마통상과 함께 롯데시네마 매점 수입을 양분하고 있는 유원실업은 어떤 회사일까.
유원실업에 대해 최근 알려진 것은 서울과 경기지역 등 롯데시네마 수도권 매점 운영 수입을 담당하고 있고, 롯데전자 출신인 박성운 대표가 회사 운영을 맡고 있다는 정도다. 더 이상의 기업 정보에 대해선 롯데그룹이나 롯데쇼핑, 롯데시네마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유원실업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롯데 측 홍보팀 관계자 모두 “처음 들었다”,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답변하기 곤란하다”였고, 이후 연락을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1주일 동안 답변은 전혀 오지 않았을 정도다.

특히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으로, 롯데쇼핑은 롯데시네마로, 롯데시네마는 다시 롯데그룹으로 기자의 문의를 떠넘기는 모습을 보여 의문을 키웠다. 유원실업이 별도법인인 탓에 롯데그룹과 전혀 상관없다는 점에서 그룹의 대응은 일부분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롯데쇼핑 롯데시네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기자의 질문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고 무조건 “롯데시네마로 문의하라”는 답변을 내놨고,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이름이나 전화번호조차 아는 바가 전혀 없으니 롯데쇼핑이나 그룹으로 문의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던 것.

롯데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그것도 실무를 맡고 있는 사업부서에서 자신들과 위탁을 맺은 회사에 대해 이름이나 전화번호조차 모른다는 것을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또 롯데 측은 왜 이토록 유원실업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일까.

기자는 우선 수도권과 지방의 롯데시네마 수십 곳을 방문해 팝콘과 음료 등을 구입, 구매 영수증에 나온 사업자등록번호를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정확한 회사의 명칭 등이 파악됐지만 유원실업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회사였다.

그러나 광범위한 확인 취재 결과 실체는 드러났다. 주목되는 사실은 롯데 측이 왜 그토록 기자의 취재에 ‘모르쇠’로 일관했는지 해답이 일부분 설명되어진다는 것이다.

취재 결과에 따르면 유원실업의 최대주주는 신격호 회장의 ‘영원한 샤롯데’로 알려진 미스롯데 출신 겸 영화배우 서미경(예명 서승희)이다. 서미경은 이 회사 지분 60%를 소유하고 있다. 또 서미경의 딸인 신아무개가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사실상 서미경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2005년 총매출 39억…서미경 모녀 ‘밀어주기?’
신격호 회장의 ‘샤롯데’ 신상 비밀 속속 밝혀져


유원실업은 식·음료를 주사업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관에는 부동산 매매업, 관광레저업, 유가증권 매매업 등도 포함하고 있다.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2006년 6억여원으로 자본금을 늘렸고, 롯데시네마 수도권 매점 수입 운영 첫해인 2003년에는 1억원, 2004년에는 9억원, 2005년에는 39억원의 매출을 세무서에 신고했다. 서미경은 감사도 맡고 있다.

아무튼 2003년부터 단계적으로 수도권 롯데시네마 각각의 매점 운영이 유원실업로 넘어갔다는 점을 감안해도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취재 결과에 대한 확인 작업에 나선 기자는 지난 12일 유원실업 측에 답변을 요청했다. 그러나 유원실업 측은 이후 어떤 연락도 해오지 않았다.

신상 공개를 거부한 유원실업한 관계자는 “답변을 줄만한 직원이 모두 외근 중”이라면서 “연락처를 남기면 답변 가능한 직원에게 연결해 연락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A빌딩 2층을 사용하고 있는 유원실업 본사를 방문했지만 관계자와 접촉할 수는 없었다.

회사·부동산…자금출처는?

이런 가운데 눈길을 모으는 사실은 부동산등기부등본을 열람한 결과 토지와 건물 모두 서미경 소유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매매 시기는 2003년 말로,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을 시작한 시점과 인접해 매매가 이루어진 셈이다.

토지 1백50여평과 건물 총면적 2백여 평인 이곳은 주변 부동산 등에 따르면 어림잡아도 시가 50억원을 호가한다.

그 동안 롯데그룹 후계 구도와 재산분배에서 철저히 소외된 것으로 알려져 있던 서미경이 어떤 자금으로 토지와 건물, 그리고 회사 설립까지 할 수 있었는지 궁금증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상황을 종합해 보면 신격호 회장의 숨겨둔 여인인 서미경에 대해 롯데쇼핑이 조직 내 사업부분의 일부를 나눠주고 있었던 것. 롯데그룹 후계 구도가 신동주, 신동빈, 신영자로 정리되면서 오너 일가에서 배제된 서미경의 몫이 유원실업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롯데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신동빈 부회장이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롯데의 후계 구도 전면에 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서미경은 철저히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84세의 고령인 신격호 회장 사후에 서미경의 존재는 오너 일가의 재산분배와 관련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화약고와 다름없었다는 점에서 먹고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유원실업 최대주주 서미경은 누구?
- 미스롯데 출신 영화배우에서 베일 속 은둔 생활까지
1959년생인 서미경은 1970년대 미스롯데에 당선되면서 롯데제과 모델로 활동하며 공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방년 18세’ 등의 영화 10여 편에 출연하면서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서미경은 1970년대 활발한 활동을 하다 1980년대 초반 돌연 ‘유학에 오른다’며 연예계를 떠났다. 그러나 실상은 이때부터 신격호 회장의 숨겨둔 연인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사실이 1980년대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영화계는 물론 언론인 사이에서도 최고의 뉴스가 됐다.

신격호 회장과 인연을 맺은 서미경은 지난 20여 년 동안 자신을 철저히 감추고 살아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영화계 몇몇 지인을 제외하고는 외부인과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

재계에선 신 회장에게 서미경의 존재가 ‘롯데’ 이름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와 같은 존재란 의미에서 ‘신격호 회장의 영원한 샤롯데’라는 애칭을 붙였다. 일각에선 신 회장과 서미경 사이에서 1980년 초 태어난 딸이 신 회장의 호적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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